면역 체계의 오류와 질병

면역 체계가 맡은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집니다. 물론 때로는 몸에 침입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방어체계를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우리가 감기나 독감에 걸리는 것이 바로 그 때문입니다. 대대적인 적의 공격은 몸 외부에서 시작될 수 있고 내부에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로운 미생물들은 코, 입, 눈, 귀, 항문 등 외부와 연결된 모든 구멍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상처가 생기면 피부가 개방되면서 갈라진 틈으로 미생물들이 일제히 유입됩니다. 병원에 소독 절차와 기술이 마련되지 않았을 시절에는 의사의 손이나 산과 의료기구들을 통해 균이 산모들 사이에 전파되어서 아기를 낳은 뒤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면역 방어체계가 고장이 나면 외부 침입자들에 의해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HIV

면역이 붕괴되어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인 상태로 가장 잘 알려진 예는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증)입니다. 에이즈는 체내의 면역을 무자비하게 제거해 버리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깁니다. 에이즈에 걸리면 대단히 위험한 병원균에 감염될 위험이 아주 높아집니다. HIV는 서아프리카의 침팬지들에서 유래해 인간에게 전파된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라고 불리는 유기체입니다. 레트로바이러스는 상황에 맞게 조절해서 인체에 침입해 건강한 T세포를 파괴합니다. 체내에 충분한 양의 T세포가 있지 않으면, 그저 HIV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침입자들을 발견해 죽이는 능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HIV에 감염된 환자들의 체내 HIV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성공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은 현대 의학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입니다. 효과적인 치료법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혈중 수치를 감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낮추어서 HIV 감염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면역결핍증

그리고 T세포, B세포, 포식세포의 기능이나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 단백질들이 부족한 유전성 면역결핍증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것들은 주요 면역결핍증으로 알려져 있으며, 흔하지는 않습니다.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으로 알려진 유전병 때문에 멸균 비닐 풍선 속에서 살아서 '버블 보이(bubble boy)'라고 불렸던 소년의 사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는 실질적으로 면역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외부 세계에 노출되면 생존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만

면역 체계는 다발성 골수증이나 백혈병 같은 HIV와 B형, C형 간염을 비롯한 감염 질환,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 당뇨병, 영양실조, 알코올 중독 등에 의해서 약화되기도 합니다. 비만도 면역 체계를 약화시킵니다. 연구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들은 외상을 입은 뒤나 중환자실에 있는 기간 동안에 병에 감염될 위험이 비만이 아닌 사람들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비만에 의해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몸이 비만인 상태 한 가지 요인만으로, 입원 이유를 막론하고 입원해 있던 누군가가 병원에서 사망할 확률은 비만이 아닌 경우보다 최고 7배까지 높았습니다. 비만인 사람들의 면역력 저하는 그 외에 잇몸(치주염), 방광, 피부, 폐에 감염이 나타날 확률도 높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