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하면, 적응면역계는 병에 맞설 보호책을 만드는 과정을 담당합니다. 적응면역계(혹은 획득면역계)는 면역 체계 중에서도 더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입니다. 적응면역계는 일률적인 도구인 내재면역계와는 달리 적을 까다롭게 골라서 공격합니다. 그리고 침입자들을 영구적으로 기억해 둡니다. 이런 기억 덕분에 혹시라도 그 침입자(박테리아, 바이러스 등)가 나중에 다시 출현하면 신속하게 대응팀을 바치할 수 있습니다. 수두처럼 한 번 앓으면 다시 걸릴 걱정이 없거나 아니면 예방접종을 해서 아예 그 병에 평생 한 번도 걸리지 않을 수 있는 건 바로 인체의 적응면역 덕분입니다. 적응면역반응이 병에 맞설 방법을 일단 배우면, 평생 동안 그 병에 걸리지 않게 보호합니다.
세포매개성 면역
보다 정교한 체계인 적응면역계는 두 가지 전략으로 접근합니다. 우선 침입자를 죽이는 세포들을 이용해서 공격하는데, 이는 세포매개성(cell-mediated) 면역이라고 불립니다. 또 항체를 공격 무기로 사용해서 소멸시켜야 할 적의 표식을 만듭니다. 침입자가 맨 처음 포착된 시점으로부터 7~10일이 지나야 항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적응면역 체계는 대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B세포
적응면역계는 T세포와 B세포를 주로 활용하는데, 이 두 세포는 모두 골수의 조혈모세포라는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집니다. B세포는 완전히 형성되기까지 골수에 머뭅니다. 일단 완전히 성숙하면, B세포는 골수에서 나와서 비장, 장, 편도선 같은 림프 기관으로 가서, 각기 배치된 장소에서 침입자가 나타날 때까지 경계하며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불법 침입자가 나타나서 면역 방어 요청이 들어오면 B세포들은 림프 기관에서 쏟아져 나와 침해당한 부위로 가서 몸을 지킵니다.
T세포
반면 T세포는 일찌감치 둥지를 뜹니다. T세포는 아직 덜 성숙된 시기에 골수에서 나와서 흉선으로 갑니다. 흉선은 T세포들의 신병훈련소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곳에서 T세포들은 비자기 세포(외부 침입자인 적군)와 자기 세포(아군)를 구별하는 법을 익힙니다. 비자기 세포를 인식하고 죽일 능력을 갖췄는지 심사하는 시험을 통과한 T세포들은 신병훈련소에서 출소합니다. 그 뒤로는 말단 림프조직을 순환하면서 부름 받을 때까지 대기합니다. 예선에서 아군을 공격하는 행위는 용인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수로 자기 세포를 죽인 T세포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파괴됩니다. 침입자들을 파괴하는 훈련을 이수해서 정상 세포를 다치게 하지 않는 T세포들만이 흉선에서 나와서 몸 곳곳에 배치될 수 있습니다.
수지상 세포
T세포와 B세포는 모두 숙련된 정보 요원들입니다. 이들은 외부 침입자들에 대해 잘 알고, 각 침입자에 맞게 대응합니다. 침입자에 관한 정보가 일단 수집되면, 역습이 시작되고, 적에 관한 정보는 추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록됩니다. 우리 각자의 몸속에는 면역 기록 체계가 있어서, 살아오면서 노출됐던 박테리아와 감염원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적들이 침입하는 전장에서 수지상 세포라는 특별한 세포가 적응면역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수지상 세포는 박테리아, 바이러스가 가진 고유 단백질의 특징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수지상 세포가 적합한 면역 세포에게 이 특징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고, 면역 세포들은 침입자를 찾아서 표식을 남기고, 없앱니다. 일단 최전방에 충분한 수의 정보 요원들이 소집되면, T세포와 B세포는 방어 전략을 수정합니다. 수백만 개의 세포가 몸을 방어하기 위해 전투에 나서는 상황에서는 군대에 비유한 설명이 더 적절하게 맞아떨어집니다. 그런 상황은 전투에서 요새를 지키는 것과 비슷합니다. 군대가 약하거나 나태하면 적에게 성을 빼앗기게 됩니다. 제대로 훈련이 되어 있지 않거나 조직적이지 못하거나 통제를 벗어나서 행동하면 혼란이 초래될 것입니다. 그리고 부대원들이 사령관에게 들을 돌려 반란을 일으키면 지켜야 할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면역계는 대체로 잘 훈련되어 있고, 규율이 잘 잡혀 있으며, 평화를 지키는 데 헌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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