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베여서 상처 부위가 그 즉시 부어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면, 내재면역 체계가 자기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목격했던 것입니다. 내재면역계는 몸에 침투한 침입자에 대응하는 최초의 대응 체계입니다. 이를테면 앞마당에 수상한 사람이 발을 들여놓는 순간 재빨리 행동에 나서는 경비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내재면역계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이든 막아서 차단합니다. 내재면역계에는 육체적, 화학적, 세포적 요소들이 포함됩니다. 우선 피부는 침입자를 막는 외부 장벽입니다. 입, 코, 기도의 체액에 든 효소는 입 안에 들어오거나 호흡을 통해 침투한 침입자들을 제거하는 화학전을 벌입니다. 미생물이 입을 통해 소화관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위산이 용해합니다. 기침이나 재채기는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 코와 폐에 들어온 외부 침입자들을 쫓아냅니다.
식세포
내재면역계 세포들은 염증을 만듭니다. 염증은 조직이 손상되거나 외부 요소가 침입했을 때의 몸의 반응입니다. 염증이 생기면 상처 부위에 특수한 면역 세포가 나타나 벽을 쌓고 적을 특정 영역으로 몰아서 죽이고, 자기 스스로의 몸을 없앱니다. 현장에 출동한 이 특수한 세포들은 식세포라고 불립니다. 참고로 식세포라는 뜻의 영어 단어 'phagocytr'는 '게걸스럽게 먹다'는 뜻의 그리스어 'phago'에서 유래했으며, 호중구, 단핵구, 대식세포, 비만세포들이 식세포에 포함됩니다. 식세포는 위험할지 모르는 미립자나 미생물을 먹어서 제거합니다. 그뿐 아니라 세포 시체와 손상된 조직에서 나온 잔해들도 먹어치웁니다. 식세포는 감염된 상처에 고름을 만들며, 다른 면역 세포들을 문제가 생긴 부위 쪽으로 유도하기도 합니다.
히스타민
빨갛게 부풀어 오르면서 통증과 열기가 생기는 것은 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중요한 징후입니다. 식세포 중에서도 특히 비만 세포는 상처 부위에서 히스타민을 방출하는데, 히스타민은 혈관을 확장시켜서 그 부위가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열이 나게 만듭니다. 이때 확장된 혈관은 투과되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체액과 단백질이 혈관 박으로 유출되면서 조직이 부어오르게 됩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인 고초열이 있을 때 눈이 충혈되면서 부어오르고 콧물이 줄줄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의 과정입니다(항히스타민을 복용하면 이런 증상이 완화됩니다). 혈관 밖으로 흘러나온 단백질은 상처 부위에 출혈이 있을 경우 혈액이 응고되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부기와 화학 신호가 신경을 자극하면서 통증을 유발합니다. 천식 발작이 일어날 때 혹은 음식 알레르기가 있을 때 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염증 반응이 나타납니다.
인터페론
백혈구는 염증반응 강도를 조절하는 사이토카인이라는 화학 물질을 분비합니다. 이런 화학 물질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인터페론(interferon)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인터페론은 간섭하다(interfere)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이름에 걸맞게 바이러스 감염에 개입하고, NK세포를 포함한 다른 면역 세포들이 전쟁에 뛰어들게 만듭니다. 이 세포들에는 정상 세포와 비정상 세포를 구별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세포가 발견되면 NK세포는 특수한 단백질과 힘을 모아서 비정상적인 세포의 활동을 막은 다음 소멸시킵니다. 임무가 완수되면 식세포 처리반이 출동해서 잔해를 먹어 치웁니다.
인터류킨10
정상적인 산황에서는 내재면역 반응은 단기간 동안 진행되다가 며칠 내로 사라집니다. 면역 반응을 정지시켜야 할 때가 되면 면역 체계에서 생성된 인터류킨10(interleukin10)이라는 화학 물질이 분비되어 상황이 종료되고 면역 방어 체계는 평상시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하지만 염증이 진정되지 않으면 면역 반응이 만성적으로 나타나서 정상 세포들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염증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능력이 우리 몸에 침입한 박테리아들을 몰아내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를 이해했을 것입니다. 이것은 꼭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른바 '항염증 식단'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염증을 일으키는 몸의 능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성염증
하지만 만성 염증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만성 염증은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외부 침입자가 없어지지 않거나 자가 면역 반응으로 몸이 자기 자신을 공격하면 지속적인 면역 반응이 나타나면서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만성 염증은 모닥불이 진화되지 않은 채 계속 타올라 산불로 번지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상황에 빗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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