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는 날마다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DNA 손상이 일어나지만, DNA에는 손상이 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대부분 복구해 내는 태생적인 능력이 있습니다. 자기 복구 효소가 태생적으로 갖춰진 덕분에 DNA에서 발생한 오류가 영구적인 변형으로 남는 경우는 1,000분의 1 이하에 불과합니다. 이런 효소들은 분자 수준에서 복잡한 작용을 통해 기능을 수행하며, DNA 특유의 구조를 복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염기대합과 프리라디칼
정상적인 DNA의 모든 가닥은 각 칸이 분자 2개로 이루어진 나선형 계단인 이중나선구조입니다. DNA에는 이 분자들을 짝짓는 엄격한 규칙이 있습니다. 아데닌(A)은 항상 티민(T)과 짝을 맺고, 시토신(C)은 항상 구아닌(G)과 짝을 맺습니다. 이런 규칙은 염기대합(base pairing)이라고 불립니다. 이런 짝짓기 규칙이 어긋나는 상황은 흔히 나타나는 DNA 손상 유형 중 하나입니다. 각 세포는 하루에 약 100차례 씩, 시토신이 다른 화합물로 바뀌는 자연발생적인 과정에서 규칙에 맞지 않는 쌍이 만들어집니다. 태양 복사열에 노출될 경우에도 티민 분자 2개가 짝을 이루어서 제 기능을 못하는 비정상적인 쌍둥이화합물 쌍을 만듭니다. 프리라디칼(free radical, 짝짓지 않은 전자를 가지는 원자나 분자로 반응성이 크며 자유기, 유리기, 자유라디칼이라고도 불립니다)로 인해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천연 화합물에는 대단히 불안정한 산소 원자가 있는데, 이 산소 원자는 마치 화학 수류탄이라도 되듯이 주위에 에너지를 방출해서 정상적인 DNA의 규칙적인대합을 어그러뜨립니다.
복구 효소
인체의 세포에는 이런 유형의 손상을 찾아내 고치는 복구 효소가 있습니다. DNA의 정상적인 이중나선 구조의 일탈이 발견될 경우 이 효소들이 행동에 나섭니다. 효소들은 DNA의 일부가 손실됐거나 손상됐음이 확인되면, 정상적인 부분으로 대체합니다. 복구 효소들은 마치 손상된 의류를 수선하는 의복수선공처럼 그 부위에 맞는 재료를 이용해 최대한 매끄럽게 잇습니다. 뉴클레오시드 A, T, C, G 중에서 해당되는 재료가 복구에 사용되며, 이중나선 구조의 올바른 순서에 맞춰서 교체됩니다.
항산화제
과학적 조사와 임상 연구들에서, 특정 식품을 섭취하면 손상 발생 후의 복구 속도와 효과를 높이거나 애초에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DNA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항산화제는 DNA 보호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항산화제의 이점에 대해서는 이미 건강 보조제 업계에서 떠들썩하게 광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항산화제들은 혈액 속에 떠다니는 프리라디칼을 중화시켜서 DNA 손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항산화제는 이미 손상이 발생한 뒤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때는 DNA 복구 체계가 필요합니다.
아폽토시스
DNA 복구 체계가 활동에 나서면 세포는 발생한 피해의 파급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세포가 스스로를 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복제 사이클에 제동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손상된 DNA가 후손에 전달될 가능성이 적어집니다. 또 피해가 너무 커서 복구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아폽토시스(appoptosis)'를 통해 사멸합니다. 아폽토시스는 세포가 몸에서 더 이상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스스로 소멸되는 특별한 자기 파괴 프로그램입니다.
크리스퍼
생명공학 기업들이 박테리아의 DNA 복구 과정을 활용해서 인간, 식물, 곤충의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도 알아 둘 가치가 있습니다. 이 기술은 '주기적으로 간격을 띄어서 분포하는 짧은 회문구조 반복서열'의 약칭인 '크리스퍼(CRISPER)'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크리스퍼는 박테리아가 이질적인 유전 요소를 잘라내 제거할 때 쓰는 자기방어체계의 일부로, 박테리아의 50%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납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메커니즘을 인간 유전자를 편집하는 데 적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비정상적인 기능을 비활성화하기 위해 이런 병든 유전자들을 외과적으로 잘라낸 뒤에 생명공학 기술로 정상적인 건강한 유전자를 대신 넣는 것입니다. 이 기술은 다른 유전자 수정 기술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확하고, 활용도가 높고, 빠르기 때문에 2012년에 크리스퍼를 이용한 기술이 발표된 직후 유전학 기술 업계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었습니다.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데 크리스퍼가 얼마만큼의 잠재력이 있을지는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크리스퍼는 유전 공학 연구에 꼭 필요한 도구로 이미 자리매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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